10월, 2023의 게시물 표시

기도하는 마음

1. 연약하고 연약해지자, 라고 다짐하며. 이것이 나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들어 두렵다.  인생을 완성하는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 창작자로서의 삶은 어때야 하는가 생각하며 생과 사의 경계, 삶이 엉킨 곳곳을 통과하는 삶을 되새긴다. 읽을 책들이 책상에 쌓여만 가는데, 책을 읽는 것만으로 충분히 세속적이다. 주머니속 송곳처럼 튀어나오는 것이 있다. 게으르지만 뾰족한.  2. 매일 같은 기도를 하는 것은 나아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다.  3. 내년 7월의 공연 제목을 <제목들>이라고 붙였다. 돌이켜보면 고통과 슬픔만이 경험이었다. 그것만이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그곳에 떨구어져 우연히 고이는 슬픔만이 유일한 교감의 흔적이다. 타인의 슬픔과 고통 앞에서 넉살을 부리고 싶지 않다. 사이와 침묵 앞에 초라해지고 싶다.  4. 밥에 관해서 생각한다. '먹고 사는' 은유적 표현이 아닌 구체적인 한 끼의 식사에 관해. 요즘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많았다. 그 과정이 고단하고 힘이 들었다. 같이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애써 혼자 먹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때문에 그랬을까, 질문하다 답을 만나고. 다시 질문한다.  5. 쓴다. 나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