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공동의 경험
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면,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연극의 세계를 유랑하며 어딘가에서 만나고 스치고 다시 접속하는 묘한 공동의 여정을 함께 만들어온 것 같습니다. 누구도 연극 전체를 완전히 아는 사람은 없었고, 그래서 우리는 어떤 지점을 통과하며 서로의 감각을 빌리고 나누며 연극이라는 거대한 풍경을 조금씩 더듬어가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자기 자신을 다시 보는 순간들이 생겼고, 서로의 걸음을 지탱해주는 작은 격려들의 소중함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청년교육단의 작업은 그래서 ‘배움’이라는 단어보다 ‘만남’과 ‘공동의 경험’에 가까웠습니다. 한국 작가의 작품(혹은 한국 작가가 각색한 작품)을 중심으로 중간 발표와 최종 발표를 이어간 것은 우리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넓혀가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서로의 세계가 접속하는 하나의 지형이었고, 청년교육단원들은 그곳을 함께 탐색하며 각자의 목소리와 시선을 새롭게 발견해갔습니다.
연극을 한다는 것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 길을 계속 조정해 나가는 일이라는 걸, 우리는 10개월의 시간을 함께 지나며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청년교육단원들은 이미 배움을 받는 이가 아니라, 각자의 조밀한 감각과 언어를 지닌 예비 동료들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서로를 기억하는 작은 지도가 되어, 흔들릴 때 다시 꺼내볼 수 있고, 앞으로의 작업을 열어주는 이정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서로 같은 과정을 통과해온 사람들, 그래서 비슷한 언어를 지닌 존재들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창작 방식’이 있을 것이라 믿었고, 이번 작업의 모든 장면을 공동의 방식으로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표현의 다양성뿐 아니라, 장면이 품은 의미 역시 함께 생성되고 확장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금조 이야기>의 들개는 한 가지 모습에 머물지 않고 여러 지구 타자의 형상으로 변주되기도 했으며, 때로는 무엇으로 규정할 수 없는 존재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섣불리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우연의 이름으로 찾아오는 감각들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창작했습니다.
아직 무대가 어떤 모습을 향해 갈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고유한 언어로 이 과정을 끝까지 지켜낸다면, 결국 또 하나의 ‘우리만의 작품’으로 도달하게 되리라는 믿음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함께 지켜온 과정의 흔적들이 관객분들의 감각 속에서 다시 이어지고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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