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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배달 씨어터(The nomad theater project)

유목민의 에너지를 무대에 담다, 신속배달 씨어터(The nomad theater project)_신승렬 1. 신속배달 씨어터(The nomad theater project)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대 미술 작업을 하면서 힘과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그것이 유목민적 사고였다. 성경을 보면 가인의 자식들은 정착해 살다가 멸망하지만, 셋의 자식들은 양을 치고 별을 따라 유목하면서 번성한다. 유목민은 역사에서 가장 오랜 통치를 하고, 가장 넓은 땅을 소유했던 민족이다. 유목민의 특징은 이동한다는 것이다. 무대 미술로써 가장 생명력 있는 에너지를 갖는 것이 유목의 특징을 갖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신속배달 씨어터(The nomad theater project)를 구성하고 있는 물품은 무엇인가? 큐빅(정육면체 상자) 13개, 스툴(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 10개, 책상 6개, 창문 1개, 창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레 1개, 문 1개, 문과 수레를 세울 수 있는 두 개의 평판으로 구성되었다. 3. 물품을 구성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탠더드(기준, 규범)이다. 의자의 높이나 책상의 높이는 가장 편한, 규범이 될 만한 규격이 있다. 이런 스탠더드는 유목민적 삶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왜냐하면 몽골의 전통가옥 게르나 인디언의 거주용 텐트 티피처럼 이동하면서 생활하기 가장 적당한, 기준이 될 만한 형태와 크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신속배달 씨어터(The nomad theater project)의 물품들은 연극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식을 하지 않고 특이한 모양을 갖지 않은 기본적인 구성인 것이다. 이런 구성은 무대를 시각적으로 도드라지게 하기 보다는 연극의 창작과정의 중요한 요소인 배우, 공간, 동선 등 다른 것들을 더 잘 보일 수 있게 해주고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런 물품들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

갈매기

생명력 있는 날갯짓을 위하여 극단 MIR [갈매기] 체홉의 희곡을 공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갈매기]는 더욱 그렇다. 희곡의 세부적인 설정을 말하기 전에 일단 그 텍스트의 양이 방대하다. 광활한 희곡의 공간을 한정된 공간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함축적인 무대와 효율적인 무대 전환이 요구되며, 긴 시간 진행에 따른 의상과 대소도구의 준비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등장인물 중 어느 하나가 욕망의 나침반을 따라 행진을 게을리 하지 않기에 인물의 치밀한 분석과 연습 과정에서 배우와의 진득한 교감이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긴 연습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며 어느 정도의 제작여건도 수반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공연된 [갈매기]중 관객과 평단에 회자 되었던 작품들이 제작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국립 단체의 공연이거나 희곡의 정서를 삶으로 받아들인 유럽 극단의 초청공연이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체홉의 [갈매기]는 인천에서 어떻게 날갯짓하고 있는가? 극단 MIR의 [갈매기]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체홉의 희곡에서 무엇을 움켜쥐고 있는가? 좀 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희곡 [갈매기]를 읽는 것과 공연 [갈매기]를 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싶고, 받고 싶은 마음을 통틀어 사랑이라고 한다면 [갈매기]의 인물들은 모두 사랑에 빠져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농담을 건네고, 하소연을 하고, 고백을 하지만 모든 노력들은 허사로 끝나버린다. [갈매기]에서의 주된 사건은 이런 사랑의 어긋남이다. 사건을 통해서 이야기의 지도가 그려진다면 [갈매기]의 인물들은 자신이 원하는 길로 들어서지 못하고 지도의 이정표를 따라 절망과 폐허로 향한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추락하는 이 가혹한 서사가 [갈매기]의 서사이다.  연출은 파멸의 길에 빠진 니나와 꼬스챠를 제외한 그 밖의 인물들을 박제된 갈매기에 빗댄다. 사랑 앞에서 머뭇거려 마지막 추락을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