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호구] 백승기 감독 인터뷰
영화는 자칭 C급, 태도는 A급
- 백승기
1. 영화감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영화도 하고 싶었고 배우도 하고 싶었고 댄스 가수도 하고 싶었다. 미술도 하고 싶었고 교직에 대학 생각도 있었다. 다양한 것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 나를 표현하는 것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대라 막연하고, 꿈을 이루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영화감독이나 배우나 가수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고 신기했다. 그래서 빨리 뭔가를 하고 싶었다. 연극부 활동을 하다가 예술 고등학교가 생긴다는 소문이 있어 미술학원을 다니며 3개월 준비를 해서 예술 고등학교를 입학하게 되고 그 이후에 미대를 가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재미는 있었지만 보여주는 창구가 제한되어 있어 늘 갈증을 느꼈다. 전시회를 하면 아는 사람이나 가족만이 온다. 그러다 군대를 갔는데, 하필 전투경찰로 배치가 되었다. 정말 원치 않은 곳에 배치가 되었고 그렇게 부당한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본 적이 없다.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더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고 사회 구조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다하고 가치 있게 살고 싶었다. 제대하고 사람들이 많이 보고 내가 가장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영화라고 생각했다. 큰 계기가 된 것은 친구들과 엠티를 갔는데 뭐하고 놀까 하다가 빌려간 디지털 카메라로 영화나 찍으면서 놀자, 한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집에 와서 처음 만들어 편집한 영화를 보는데 뭔가 느낌이 확 왔다. 왜 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뭔가 하려 했을까? 난 이 순간부터 영화감독이다라고 생각 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배우가 되고 내 주변 장소가 촬영 장소가 되고, 친구들과 모여서 ‘꾸러기 스튜디오’라는 영화사를 만들었다.
2. 그 이후 겪은 일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우리 영화를 어떻게 사람들이 보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인지도 높은 영화를 패러디했다. ‘가위손’을 패러디 한 ‘망치손’, ‘300’을 패러디 한 ‘3’, ‘은하철도 999’를 패러디 한 ‘은하전철 999’, ‘다빈치 코드’를 패러디 한 ‘달마도 코드’ 등을 만들었다. 영화들이 인터넷으로 퍼져나가고 큰 화제가 되고 인터뷰도 하고 참 좋았다. 그런데 그 당시에 UCC라는 것이 처음으로 나오면서, 우리 작품을 영화로 보지 않고 기발한 UCC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때 많은 회의가 들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교사 자격증이 있어 학교에 들어가 선생님이 되었는데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뭐든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난 아이들과 동아리 만들어서 영화 찍고 그랬다. 아이들한테 시각을 달리하면 꿈을 이루는 방법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매력적인 오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선생님이 댄스가수도 할 수 있고 배우도 할 수 있다, 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3. 최근 개봉한 [숫호구]가 ‘감성 충만 C급 무비’를 모토로 삼고 있는데, 작품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숫호구]는 서른 살이 넘도록 연애를 해 보지 못한 원준이라는 남자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성경험도 없고 연애경험도 없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요구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다. 누구나 서른 살 까지 섹스를 못해볼 수 있는데 심리적으로 쫓기고 무능력하다는 취급을 받고 호구가 되어 남한테 이용당한다. 원준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호구취급을 당한다. 원준이라는 인물에는 자전적인 경험이 담겨있는데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는데 정작 그 여자가 좋아했던 남자는 정말 나쁜 남자였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연애를 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소위 밀당이라는 것을 하고 사랑받기 위해 일부러 나쁜 척을 하고 이런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이런 고민이 담겨있다.
4. 감독님께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야기 거리가 있나요?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장르도 초월하고 여러 가지를 하고 싶은데, 꼭 가져가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가장 가까운 것부터 표현하고 싶다. 키워드로 말한다면 동네, 자신, 우리, 주변 등 소소한 것들이다. 처음 영화를 만들 때, 가까이 있어서 이렇게 값어치가 있고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제보다는 소재에 더 관심을 갖는 거 같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 이야기들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5. 직접 관객을 만나보니 어떤가요?
처음이다 보니 무섭다. 누구에게라도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조마조마한 일이다.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는 내가 나오는 영화고, 그 다음 재밌는 영화가 아는 사람이 나오는 영화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끼리 영화를 만들고 보는 것은 재밌었는데, 영화제를 가니까 조금 겁이 났다. 그래도 영화제는 영화를 즐기는 마니아들이라 조금 괜찮았다. 그런데 이번 일반 개봉은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부담이 상당히 크다. 한 두 개의 악플만 봐도 가슴에 꽂힌다.
6. 앞으로의 계획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영화를 계속 하면서 영화 교육 프로그램 많이 개발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영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가령 환갑 잔치 때 자식들이 아버지를 위해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영화 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다. 두 번째는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천에 정말 재밌고 제대로 운영하는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본보기가 되고 싶다.
- 백승기
1. 영화감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영화도 하고 싶었고 배우도 하고 싶었고 댄스 가수도 하고 싶었다. 미술도 하고 싶었고 교직에 대학 생각도 있었다. 다양한 것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 나를 표현하는 것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대라 막연하고, 꿈을 이루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영화감독이나 배우나 가수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고 신기했다. 그래서 빨리 뭔가를 하고 싶었다. 연극부 활동을 하다가 예술 고등학교가 생긴다는 소문이 있어 미술학원을 다니며 3개월 준비를 해서 예술 고등학교를 입학하게 되고 그 이후에 미대를 가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재미는 있었지만 보여주는 창구가 제한되어 있어 늘 갈증을 느꼈다. 전시회를 하면 아는 사람이나 가족만이 온다. 그러다 군대를 갔는데, 하필 전투경찰로 배치가 되었다. 정말 원치 않은 곳에 배치가 되었고 그렇게 부당한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본 적이 없다.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더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고 사회 구조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다하고 가치 있게 살고 싶었다. 제대하고 사람들이 많이 보고 내가 가장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영화라고 생각했다. 큰 계기가 된 것은 친구들과 엠티를 갔는데 뭐하고 놀까 하다가 빌려간 디지털 카메라로 영화나 찍으면서 놀자, 한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집에 와서 처음 만들어 편집한 영화를 보는데 뭔가 느낌이 확 왔다. 왜 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뭔가 하려 했을까? 난 이 순간부터 영화감독이다라고 생각 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배우가 되고 내 주변 장소가 촬영 장소가 되고, 친구들과 모여서 ‘꾸러기 스튜디오’라는 영화사를 만들었다.
2. 그 이후 겪은 일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우리 영화를 어떻게 사람들이 보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인지도 높은 영화를 패러디했다. ‘가위손’을 패러디 한 ‘망치손’, ‘300’을 패러디 한 ‘3’, ‘은하철도 999’를 패러디 한 ‘은하전철 999’, ‘다빈치 코드’를 패러디 한 ‘달마도 코드’ 등을 만들었다. 영화들이 인터넷으로 퍼져나가고 큰 화제가 되고 인터뷰도 하고 참 좋았다. 그런데 그 당시에 UCC라는 것이 처음으로 나오면서, 우리 작품을 영화로 보지 않고 기발한 UCC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때 많은 회의가 들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교사 자격증이 있어 학교에 들어가 선생님이 되었는데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뭐든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난 아이들과 동아리 만들어서 영화 찍고 그랬다. 아이들한테 시각을 달리하면 꿈을 이루는 방법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매력적인 오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선생님이 댄스가수도 할 수 있고 배우도 할 수 있다, 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3. 최근 개봉한 [숫호구]가 ‘감성 충만 C급 무비’를 모토로 삼고 있는데, 작품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숫호구]는 서른 살이 넘도록 연애를 해 보지 못한 원준이라는 남자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성경험도 없고 연애경험도 없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요구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다. 누구나 서른 살 까지 섹스를 못해볼 수 있는데 심리적으로 쫓기고 무능력하다는 취급을 받고 호구가 되어 남한테 이용당한다. 원준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호구취급을 당한다. 원준이라는 인물에는 자전적인 경험이 담겨있는데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는데 정작 그 여자가 좋아했던 남자는 정말 나쁜 남자였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연애를 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소위 밀당이라는 것을 하고 사랑받기 위해 일부러 나쁜 척을 하고 이런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이런 고민이 담겨있다.
4. 감독님께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야기 거리가 있나요?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장르도 초월하고 여러 가지를 하고 싶은데, 꼭 가져가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가장 가까운 것부터 표현하고 싶다. 키워드로 말한다면 동네, 자신, 우리, 주변 등 소소한 것들이다. 처음 영화를 만들 때, 가까이 있어서 이렇게 값어치가 있고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제보다는 소재에 더 관심을 갖는 거 같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 이야기들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5. 직접 관객을 만나보니 어떤가요?
처음이다 보니 무섭다. 누구에게라도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조마조마한 일이다.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는 내가 나오는 영화고, 그 다음 재밌는 영화가 아는 사람이 나오는 영화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끼리 영화를 만들고 보는 것은 재밌었는데, 영화제를 가니까 조금 겁이 났다. 그래도 영화제는 영화를 즐기는 마니아들이라 조금 괜찮았다. 그런데 이번 일반 개봉은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부담이 상당히 크다. 한 두 개의 악플만 봐도 가슴에 꽂힌다.
6. 앞으로의 계획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영화를 계속 하면서 영화 교육 프로그램 많이 개발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영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가령 환갑 잔치 때 자식들이 아버지를 위해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영화 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다. 두 번째는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천에 정말 재밌고 제대로 운영하는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본보기가 되고 싶다.
플랫폼[2014,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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