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과 자전

처음엔 코로나 후유증이겠거니 싶었는데, 어쩌면 내 삶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획으로 도는 내 삶의 공전주기에 분명 변화가 생겼구나 싶다. 그러다보니 자전 주기도 달라졌다. 그러던 차에 길을 걷다, '집은 삶의 플랫폼'이다 라고 메모를 했다. 

따릉이를 타거나 걸어서 수영장을 갔다 올 수 있고, 집 앞에 천이 흘러 저건 뭐지 하는 새들도 볼 수 있는 곳. 방학동 터전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늙어 죽을 수 있다면, 이런 환경을 좀 더 안정적으로 다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 이라는 불가능의 언어를 꿈꿔도 되는 것일까. 

인식을 넓힐 수 있는 책상이 놓여져 있고, 여행하듯 산책할 수 있고, 아침 해로 잠을 깰 수 있는. 노동이 아닌 활동으로 돈을 벌고 자립이 동력이 되어 삶과 맞닿을 수 있는, 그런 터전이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도시'를 생각해 본다. 빈자의 미학을 도시의 틈바구니에서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도시의 지하에서, 변두리에서 삶을 이어왔지만, 미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혜가 좀더 필요한 것 같다. 세속과 함께 숨쉬기 위한, 우정의 관계망. 그리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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